일 시 : 2012 - 07 - 14
장 소 : 모후산 일원
누 구 랑 : 나 홀 로
날 씨 : 장마 영향 비
아침부터 날씨는 잔뜩 먹구름을 안고 세상을 향하여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다. 그래 고민을 하다 산행을 접고 집에서 뒹굴뒹굴이다. 그러다 반쪽과 잠시 말다툼 다 준비한 배낭이라 그냥 집을 나선다.
어디를 갈까 모후산을 가기로 마음먹고 사평을 지나는데 비가 솟아지기 시작한다.
산 입구에 도착하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다. 그래도 산행을 마음먹은 지라 마무리 하기로 하고 산속으로 숨어든다.
이리 젖으나 저리 젖으나 매 한가지라 우의는 입지 않고 그냥 비를 맞으니 그 기분 또한 상쾌한 맛도 있지만 짧은 옷이라 비에 젖은 풀섶에 실리니 내 살갓이 따갑다고 호들갑이다.
그렇게 나아가다 영지 벗섯도 몇개 따고 혼자서 비 맞으며 산길을 걷는 기분도 참 묘하다.
비속에서도 나랑 같이 청승스럽게 울어대는 매미도 있고 푸드득 거리며 날아오르는 지난 봄 부화한 까투리 가족들의 요란스런 비상도 있고, 피어나기 시작한 원추리와 나리꽃들도 외로움을 견디며 그냥 오늘을 즐기고 있다.
사람이 뭘까 진정 어렵게 모든 역경을 견더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 어려우면 그 역경을 피해가려하는 사람도 있고 요즈음은 그 후자의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 요리사인 아버지와 그 모든 역경을 힘겨워하며 모든것을 포기하려 하는 딸이 있었다. 어느날 아버지는 말없이 딸을 데리고 자기가 일하는 주방으로 가 냄비 3개에다 물을 끊이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르는 딸은 투덜대지만 아버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물을 끊자 당근과 계란과 커피를 그 냄비속에 차례로 넣고 다시 끊인다. 한참이 지난후에 아버지는 그것을 차례대로 꺼내어 딸에게 물었다. 이것을 보고 무엇을 느끼냐고 딸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아빠는 딸에게 자상하게 설명한다.
딸아 !
당근은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정말 단단하게 세상을 살았으나,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자 그 물속에 동화되는 것처럼 말랑말랑한 당근이 되었고, 계란은 끊는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하기 짝이없는 계란이었지만, 물속에 들어가서 자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버렸고, 커피는 향기나는 가루일 뿐이던 것이 뜨거운 물속에 섞여 진한 커피향 나는 최상의 커피로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커피로 변했단다.
이 모든것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더라도 항상 굿굿하게 자기의 철학과 생각을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한다면 힘들고 지치기 보다는 더욱더 강해지면 향기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내가 이 우중 산행에서 느끼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삶에 항상 맑은 하늘만 있고 햇빛 가득한 좋은 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오늘같은 날도 내가 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 아닐까.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그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요령이 있을때 웃음을 지을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짧았지만 의미있는 모후산 산행기는 이쯤으로 정리하려 한다.
모후산 들어가는 입구 남계리 마을의 냇가의 우중
이름은 잘 모르지만
장마 기간에는 참 많은 버섯들이 피어나고 소멸되지요
ㅎ하 이놈의 영지버섯
이름은 잘 모르지만.....
우주에 피어난 것이 꼭 부채살 우산모양 같지 않나요
자연이 아름다운 건 이른 모습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원추리꽃이겠지요
부도탑 앞의 원추리
한떨기 꽃이
부도탑을 지키고 있는 참 아름답습니다
유마사 입구에 피어있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