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2 - 06 - 24 09:24 - 15:25
장 소 : 장성군 북일면 입암산 백암산 일원
날 씨 : 구름 많고 습도 높은 날
누 구 랑 : 나 홀
코 스 : 입암산주차장 - 남창계곡 입구 - 몽계폭포 - 능선삼거리 - 상황봉 - 순창새재 - 장성새재 - 월은시 - 입암산성 상봉 - 북문 - 남문 - 주차장 (약 14km)
어제 덕유산 산행의 여독도 풀겸 오늘은 산행은 반쪽과 같이 가볍게 가려고 하였으나, 어제 저녁 도착하여 이야기 하니 반쪽왈 평소 다니던 일행들과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대략 난감하다. 그래 여기저기 산악회를 기웃거리다 너무 늦게 신청하는 것 같아 오늘은 조용하게 혼자만의 만만디 산행을 즐기기로 하고 아침 느긋하게 집을 나선다.
오랜만에 남창계곡의 입암산을 가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딱히 어디 갈곳이 없으면 한번씩 찾는 그런 곳이다. 계곡도 깊고 산림도 울창하여 여름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도 지난 겨울 끝물 2월인가 산행 후 처음인데 그동안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텐트촌도 만들어지고 펜션이 많이 들어선 것 같다. 전국 유명한 산 골짜기 내지 바닷가에 가면 펜션이 즐비하지 않은 곳이 없으니 이것또한 새로운 문제점으로 남겨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남창계곡 입구 시인마을에서 몽계폭포를 가다 입암산으로 돌아오는 길이 있냐고 물으니 없단다. ㅎㅎ
몽계폭포는 지금쯤 한창 아름다운 물줄기를 뿜어내리고 있어야 하지만 올해는 가뭄으로 그 흔적만이 있을뿐이다. 그 긴 계곡 숲길을 따라 여유롭게 한껏 나만의 자연에 도취되어 터벅터벅 발길을 옮기고 있을뿐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순간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능선삼거리 조금 못미쳐 산악회 회원 3사람을 만나고는 아무도 없는 산중의 주인이 된다.
능선 삼거리까지 치고 오르는 계단에서 제법 산행다운 땀을 흘리고 능선 삼거리에 올라선 순간 실바람이 밀어 올리는 그 시원함에 내 몸 스스로가 스러러 녹아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다. 이제는 백암산 상황봉으로 치고 오르니 정상부 바로 밑에서 이곳 백양사 암자에서 수행중인 비구니인지 모르지만 오랜만의 산행에 재잘재잘 천상 여자임이 읽혀지는 순간이다.
사람이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 내가 가지고 있는 천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그렇게 상황봉에 서 보지만 박무로 인해 내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별로다. 바로 밑 순창새재 가는쪽에서 내장산을 바라보고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다시 순창새재로 내려선다. 이 길은 내장산에서 백암산으로 넘어오는 호남정맥의 길이기도 하다. 아! 참으로 오랜만에 그 길을 혼자서 걸어본다. 예전에 호남정맥을 할때로 혼자서 이 길을 걸었는데..
산행의 묘미는 무엇일까? 그냥 무심으로 걷는 것 아님 내 생각의 내면과 외면의 합일점을 찾는 일, 그것도 아니면 내가 나를 다스리려는 인간의 몸부림, 사람과 자연이 사랑을 공유하는 공간 뭐 그런 것인가 어느새 순창새재에 도착하여 이제는 예전 장성새재에서 영산기맥을 시작했던 그때 걷지 못한 장성새재까지의 길을 혼자서 걸어내린다. 너무도 아름다운 산길에 바람이 전하는 싱그러운 내음과 새들이 울어주는 음악소리와 야생화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양탄자 처럼 푹신푹신한 그 산길을 혼자서 무심으로 걸어내리는 이 기분은 혼자만의 산행이 아니면 감히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정이리라.
그렇게 걸어내리니 장성새재쯤에서 산객4분을 만나고 다시 나아가니 장성새재에 외딴집 한채 주위가 제법 정갈하게 농사를 짓고 계신다. 그래 그 집을 기웃거리니 영감님 급하게 달려나와 사진은 못찍어시게 한다. 세상과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님 나를 거부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조금은 씁쓸하다. 못내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돌아서 장성새재로 간다. 장성새재에 서니 예전 새벽 어둠을 뚫고 여기에서 영산기맥을 했던 생각이 절로나네 ㅎㅎ
이제 여기서부터는 입암산이던가, 월은시 팻말이 있는 뒷쪽으로 입산금지 표시기가 있다. 참 아이러니다. 이곳이 영산기맥의 시발점이기도 하니 이곳은 그냥 개방해주는게 맞는 것이 아닌가, 무엇때문에 통제를 하는지 그렇다고 기맥을 하시는 분들이 지나가지 않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괜히 선량한 산꾼들을 범법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 급 오르막을 얼마나 밀어 올렸을까 더디어 산성 성벽에 올라서 조금 진행하니 입암산 상봉의 표시기가 보인다.
그곳에서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이제 북문으로 내려선다. 북문에서 삿갓봉으로 가고 싶지만 그냥 남문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천천히 급할 것없이 내려서니 남문에서 반가운 말투들이 내 귀를 의심케 한다. 자세히 보니 진주에서 온 산악회들이다. 입가에 미소한번 머금고 지나쳐 입암산의 골짜기를 내려서는데 가뭄은 가뭄인 모양이다. 내가 여태껏 입암산을 다녔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마른 계곡을 보기는 처음이다. 처음 내 계획은 알탕을 한번 하는 것이었는데 ㅎㅎ 아쉽다.
그렇게 내려서니 오후 햇살은 아직도 넉넉하게 남아 나를 반긴다.
혼자만의 넉넉한 산행이어서 좋았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계곡들의 멋스러움이 좋았던 산행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입 암 산
우렁차게 울려 퍼져야 할
계곡의 시원함은 온데간데 없고
말라버린 계곡 바위틈엔
거미줄만
자신들만의 세상으로 만들고 있네
자연이란게
세상이라는게
누군가에게는 약이 된다면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는
양면성
우린 오늘도
그 타협점을 찾기 위하여
길을 나서는 것은 아닌지....
2012.06.24
대 방 산
출발하기에 앞서 주차장에서
입구 이정표
사진이 흔들렸네
노랗 그물 버섯
몽계폭포
폭포의 아름다움은 어디가고
여름은 여름이죠
여기서 부터는 백암산이죠
그래도 희미하게 아름다움이 다가섭니다
상황봉
내장산쪽의 봉우리들
나리꽃도 피고
나무 꽃인데..
순창새재
까치 수영
비비추고 피고
아름답습니다
나무 열매인데 참 아름다웠습니다
장성새재에 집 한채
장성새재 이정표
월은시 달도 숨어 보이지 않는다는 장성새재
이곳 뒷편으로 급하게 밀어올립니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산 봉우리들의 아름다움
삿갓봉과 시루봉 그 너머로 방장산 능선
입암산 상봉 이정표
멋진 나리꽃
방장산 능선이 멋지게 조망됩니다
정읍 입암쪽 마을 풍경
북문 이정표
사초지대
삿갓나물 꽃
편백나무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