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2 - 02 - 25 09:50 - 13:36
장 소 : 전남 장성군 입암산성 일원
누 구 랑 : 좋은 사람들과
코 스 : 주차장 - 삼거리 - 삿갓봉 - 북문 - 남문 - 주차장 약 11km
날 씨 : 낮게 내려앉은 구름
약 한달 전부터 약속된 산행이라 다른 산행계획은 모두 취소하였으나, 산행을 계획하였던 사람들 중 일부는 산행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처음 계획과는 조금 차질이 있었지만 예정된 것이기에 산행에 나선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시내에는 비가 내려 나는 겨울 산행장비는 전부 놓고 산행을 갔지만 주차장에 정차시키고 산행을 시작하면서 부터 아차 싶었다.
이곳이 전북과 전남의 경계인 산이며 많은 눈이 내린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오늘 산행 내내 조심하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초보자라도 누구나 쉽게 산행을 할 수 있는 그런 길이니 만큼 산행에 나선 일행들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산행을 하는 초입부터 계곡속에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가 답답했던 마음들을 녹여준다. 청아하게 흐르는 저 물소리가 겨우내 한가했던 자연을 깨워 봄을 준비하라는 것일까?
청아하게 계곡에 울려퍼지는 물소리에 장단맞추어 산새들의 지저귐도 정겹게 들리고 편백숲속을 걸어가는 발길에는 너무도 가벼운 몸짓으로 자연을 대하는 내 가쁜 숨소리도 들리고 능선으로 오를 수록 작아지던 계곡이 졸졸졸 소리내며 흐르는 것이 자연의 섭리처럼 정말 아늑하게 내 마음에 봄의 소리를 전한다.
이 아늑한 산길을 언제 걸어보았던가. 언제 걸어도 정겹게 다가서는 그 길 끝에는 내가 희망하는 작은 그 무엇들이 나를 반기는 그런 산길이다. 영산기맥이 시루봉으로 가는 안부 삼거리에서 잠시 한숨돌린다. 여전히 시루봉가는 곳에는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위엄있게 버티고 서 있다. 작년1월 그 춥고 눈이 많이 왔던 시간 이른 새벽에 시루봉 가파른 길을 내려섰던 기억이 새록새록 내 마음속에 일어난다.
이제 삿갓봉까지 오늘 산행의 제일 힘든 코스인 것 같다. 나야 힘들것이 없지만 ㅎㅎ
추운날인데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다들 봄이 오는 소리에 방심한걸까 모두들 아이젠은 차지 않았다.
삿갓봉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낮게 내려앉은 구름에 금방이라도 펑펑 쏫아낼 것 같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자연을 잿빛으로 만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허공속에 살랑살랑 부는 바람만이 피부에 와 닿아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조망만 좋았다면 정말 좋은 그런 시간이었을 것을..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막걸리 한잔에 오늘의 피로를 풀고 다시 북문에서 옛 선조들의 피난처였던 성터를 지나 남문에서 라면에다 막걸리 한잔씩을 더 들이키고 정말 기분좋게 하산을 한다.
오늘 산행은 처녀 산행들이라 내심 조금 걱정은 되었으나 모두들 무탈하게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어 더없이 기분좋은 그런 산행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놓지 않으려는 시간보다는 놓으며 보내주는 시간이 더 아름다운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며, 항상 보내는 즐거움을 위하여 항상 맞이하는 즐거움도 존재한다는 것을..
멋진 봄을 기다려 보면 산행기를 마무리 한다.
주차장에서 출발에 앞서
산행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녹아내리다 어제밤 내린 눈으로 다시 산은 설원이 되엇네
저 숲길속으로 삶이 녹아드네
내가 나의 짐을 내려놓는 길
고드름이 바위에 앙증맞게 달려 있습니다
삿갓바위에서 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눈이 흩날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설경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말없이
나는 행복한 사람
이제 설경이 있을까
내 마음의 묵은때 놓고 가렵니다
풍경
입 암 산 성
계곡은 봄이 오는 소리로 아우성이다.
그 계곡의 봄이 오는 소리에
바삐 손 움직이는 이
고로쇠를 열심히 받는다.
봄이 오는 소리를 전하려 하는데
인간의 탐욕은 봄을 방해한다.
숲속에서 지저귀는 자연의 소리가
봄을 알리고 있지만
어제밤
소리없이 소담하게 내린 싸락눈이
봄의 전령을 시샘한다.
사랑이 소리없이 내 마음에 왔다가
미련 덩어리 하나 놓고 겨울 속으로 숨어든다.
2012 - 02 - 25
대 방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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