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5 - 09 - 28,29(1박2일)
장 소 : 전남 장흥군 관산면 천관산 일원
날 씨 ; 맑은 가을하늘
누 구 랑 : 반쪽과 대방산
코 스 : 주차장 - 약수터 - 정원바위 - 남근석 - 연대봉 - 헬기장(1박) 환희대 - 진죽봉 - 환희대 - 굴 - 장천재 - 주차장
팔월한가위 우리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땅에는 여름 햇살에 결실을 맺어가는 온갖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절 가을속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부자인 것 같은 시기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보면 배부르고 색동옷으로 갈아입으며 변해가는 경치를 보며 마음의 풍만감을 느끼는 시기 그 시기에 추석 명절이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으리요.
나도 가족과 함께 금요일 저녁 고향으로 차를 내달린다. 내려가는 길이 예전보다는 차가 확실하게 많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내가 이곳으로 올때는 우리 애들이 7살 5살 초등학교 입학도 안했었는데 이제는 큰놈이 시집갈때가 되었고 작은놈도 자기 삶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야하는 시기가 되었으니 가히 시간이란 놈은 잘도간다.
바쁜 농사일 조금 거들고 처가에서 처남과 같이 배타고 나가 쭈꾸미와 전어잡아 소주한잔하고 저녁에는 차오르는 달을 보며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소주한잔 기울이고, 추석 당일 저녁 그리운 고향을 떠나 집으로 올라왔다.
매번 그렇지만 홀로계시는 노모만 보면 미안해진다. 같이있어주지 못하여 그래도 어쩌랴 헤어져야 되는 것을...
월요일 아침 느긋하게 둘이서 비박짐을 챙긴다. 천관산을 가기 위해서다.
명절 뒷끝이라 그런지 아직 도시의 도로는 한가하다. 화순을 거쳐 능주로 경유하여 보성으로 가는 들판에는 누렇게 익어 고개숙이 벼들이 정말 풍요로움을 느끼게 반기고 산천에는 서서히 그 색을 입히는 것이 아! 가을이구나 하고 느낀다.
장흥군 관산면 천관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연휴라 그런지 차는 그래도 한산하다.
우린 천천히 준비하여 천관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이곳에서 생수 보충하고 시원하게 물한사발 들이키고 1코스를 경유하여 천관산 연대봉을 오르기로 하고 오르니
초입부터 배낭무게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이 온몸을 땀으로 적신다.
그래도 시간이 넉넉하니 천천히 가다쉬다를 반복하며 오른다.
바위위에 소나무 한그루 이런걸 일송정이라 하나 뭐
이곳에서 어린애마냥 좋아하며 사진한장 부탁하는 반쪽을 보니 마음속으로 내가 지금까지 잘하고 살아왔나 하고 뒤돌아보게 된다. 곱디고운 처자 데리고 와서 참 오래도록 고생시켰네..
그래도 큰 탈없이 지금까지 살아준 반쪽이 너무도 고맙네.
이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는 섬들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흘린 땀방울을 식힌다.
저 멀리 천관산의 멋진 바위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양떼구름의 하늘
정원바위
이제 연대봉 오르는 능선길이다. 완만하게 오르막이라 저 멀리 바다를 조망하면서 그렇게 천천히 오르면 되는 곳이다.
그 오르는 길에는 산부추와 구절초 기린초 같은 가을 야생화가 손흔들며 우릴 반긴다.
용담 추운 겨울 토끼가 땅을 파고 있어 나무꾼이 토끼를 쫒아 가면 토끼는 돌아서서 또 땅을 파고 하여 그곳을 보니 보라빛 꽃이 있어 그것을 달여 어머님에게 먹였다는 약초 아마도 위장쪽에 좋은 모양이라
예전에는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제법 보이네..
더디어 천관산 연대봉이다.
연휴 뒤끝이라 그런지 아님 10월3일부터 축제라 그런지 천관산 정상은 한산하다 삼삼오오 가족끼리 올라온 등산객들 서너팀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시원하게 바람맞으며 남해바다의 아름다운 섬들의 아기자기함을 경험하는 것도 큰 복이리라.
부부가 살아가면서 무엇으로 살던가?
처음에는 항상 자기가 잘났다고 우겨대며 살다가
서로의 개성에 맞추어 그 개성을 죽이지 않고 그 개성을 드러내려하는 것이 우리들의 본심이리라. 그래도 지금까지 맞추며 살고 있다는 것은 좋은 감정도 사랑이고 미운 감정도 사랑이기 때문에 살아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제 우리나이는 서로의 감정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면서 서로의 장점만 보고 살아가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항상 비교하는 삶보다는 서로의 단점은 보듬어주고 장점은 살려가면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가는 나이
그런 시기가 아닌가 문득 생각해본다.
억 새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산들바람에
하얀손 흔들며
가을날을 노래하고
우린 반겨주는 억새
그 하얀손 흔들림의
춤사위는
꺽일듯 꺽일듯
꺽이지 않듯
줄타기
고개사의 묘기마냥
사람가슴을 녹이누나
언제나 멈추지 않고 달리는
삶의 시간앞에
오늘 하루쯤은
한잔술에 비틀거리듯
자신의 마음을 놓아주길 바라는 듯
바람결에 자신을 내 맡기며
춤추는 억새
그 억새의 춤사위 처럼
난 오늘의 나를 놓아보련다
이리저리 흔들려도 결코
꺽이지 않은 억새처럼
그렇게 한세상 재마나게
살다가 어느날 하얀손 흔들며
가을속의 저편으로 멀어져 가듯이
그렇게 멀어져 가는 가을속의
멋진 사람이고 싶다.
2015.09.29
대 방 산
밤하늘의 휘영청 밝은 달빛은 사그락그리며 불어주는 가을바람과
그 바람에 소리내어 울어주는 억새의 쉼없는 춤사위에 텐트속을 빠져나와 능선길을 발맞추어 걸어본다.
어느 바위 위에서 밤하늘의 별을 헤며, 또 속세의 불빛을 헤아리며 가을바람 끝의 밤을 즐긴다.
붉은 여명의 그림자를 먹고 새벽을 여는 천관산의 아침은 정말 환상이다.
이 멋진 풍경앞에 서있는 내자신이 행복하고 고압다.
이 멋진 순간을 항상 같이하며 언제까지 혼자가 아닌 둘이서 볼 수 있을까?
그럴려면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멋진 시간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부단하게 하여야 된다는 것을 새삼느껴본다.
지금은 남자의 수명이 여자의 수명보다 거진 8년 정도가 짧다는 통계가 있던데
가만 생각해보니 반쪽이 혼자서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을 혼자서 더살아야 된다고 생각히니 마음 한구석이 짠하네 ㅎㅎ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텐트를 정리하여 진죽봉을 갔다가 하염없이 흔들리는 억새의 춤사위를 뒤로하고 환희대에서 한참을 앉아 천관산의 가을 하늘 감상하고 그렇게 천천히 하산하면서 천관산의 가을 하늘을 기억하며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는지를 마음속에 아로새기며 이제 일상속으로의 귀환 준비를 하며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