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7 - 01 - 15
장 소 : 지리산 천왕봉 일원
날 씨 : 매서운 한파 맑은 하늘
누 구 랑 ; 알파인 일원
코 스 : 백무동 - 하동바위 - 참샘 - 소지붕 - 장터목 - 제석봉 - 천왕봉 - 역순 14.5KM
어제 속리산 산행에 이어 지리산 천왕봉을 보고 싶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오늘이 아니면 1월에 천왕봉을 올수가 없을 것 같아 따라나선 길이다.
갑자기 부고를 받고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가야겠기에 개인적 차량을 이용하여 백무동에서 일행들을 만나 산행을 시작한다.
천천히 걸어오르는 그 길은 어김없이 그러하듯 뚝뚝흐르는 땀방울은 내 몸이 덥기 때문이지만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것 같은 내 얼굴에 추위를 느끼게 하는 날씨다.
그렇게 걸어 오르는 길은 하동바위에도 변화가 있다.
사진을 찍기 싫어 그냥 지나쳤지만 낙석의 위험으로 새로이 나무테크로 길을 내었고 참샘의 그 시원한 물은 추위에 그러한지
한두방울 똑 똑 떨어질 뿐이다.
약한시간 힘들게 밀어올려 소지붕에 서서 한숨돌리고 잠시 오르다 양지바른 바위에 앉아 막걸리 한잔 들이키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잠시 허기를 달래고 다시 장터목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산을 왜 오르는가!
내가 아는 친구들이 나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왜 오르는지 나도 실은 잘 모른다.
그냥 산이좋아 아니면, 내 안에 있는 역마살을 잠재우기 위하여
아마도 내가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고, 내 안의 무엇인가를 느낄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분들은 식사를 마친 모양이라 나는 오늘 막걸리와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니 간편하기는 하나 조금 거시기 하기는 하다.
이제 천왕봉을 오르기 위하여 옷을 새로이 단장하고 천왕봉을 향하여 그 걸음을 천천히 옮겨본다.
장터목까지의 산행이 오늘의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위한 힘든 고행의 길이었다면 제석봉부터는 그 고행의 길에 해답을 던져주는 행복의 길이다.
탁터인 저 코발트 창공게 대면하며 일망무제의 저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담고 눈으로 담고 온 몸으로 느끼며 가는 그야말로
환희의 길이 아닌가.
박무와 함께 그 멋을 더하는 저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니, 저 가슴 밑바닥의 무엇인가 참고 참았던 울분의 화기가 한꺼번에
저 창공에다 뱉어내는 기분이다.
이렇게 서고보니 천왕봉의 오늘 일출은 정말 아름다웠을 것이라 생각되며 아쉬움이 살짝 내마음을 훔친다.
제석봉의 고사목과 풍경
지리산의 주능들이 나를 향해 오서오라 손짓하는 것 같지만
오늘은 그 마음만 간직하고 다음을 기약해보자.
억겁의 세월에 우린 찰라를 살아가지만, 그 찰라에 언제나 혼자가는 것이 삶이 아니던가.
풀어야 할 숙제도 짊어져야 할 인생의 짐도 결국은 혼자서 짊어지고 끙끙거리며 가다가 잠시 행복의 웃음도 지어보고
그렇게 간이역에도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고, 끝없는 레일을 달리기도 하지만, 하차할 수 없은 길
그것이 우리들이 가야할 길이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그 길을 간다면 행복은 나의 편이지 않을까요?
따스한 햇살아래 저 고목은 언제부터 저렇게 묵언수행중일까?
천왕봉을 마음에 담고 하산하는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산을 내려갈까?
천왕봉이 어서오라 손짓한다.
저 멀리 섬들중에 하나가 나의 고향이리라...
하얀 솜이불이 무겁기도 하련만
그 풍경을 선물하기 위하여
너의 수고로움 앞에 고개숙인다.
코발트 하늘과 하얀 나무의 조화 정말 멋지다
천왕봉
지리산을 오르려거든 가볍게 오라
텅빈 배낭속에
구름도 담고
스쳐가는 바람도 담고
저 풍경도 담아 무겁게 내려가라
천왕봉에 서거든
무심으로 바라보라
부질없는 욕심도
허망하게 흘러가는 시간도
그져 하나의 몸짓이니
너무 슬퍼도 너무 기뻐도 말거라
내 여기서 삼라만상을 구경하니
그것으로 내 마음은 이미 부자이니
그것으로 족한것이 아니던가.
2017.01.15
대 방 산
천주에게 막걸리 한잔놓고 삼배를 올려본다.
그렇게 지리산 천왕봉과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중산리로 하산하는 산우들을 보내고 혼자서 백무동으로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 내리며 오늘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 마음속에 담아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