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6-01-22-24
날 씨 : 흐리고 눈 한파
코 스 : 전북학생교육원 - 세걸산임도 삼거리 - 임도 -부운치삼거리 - 역순
누 구 랑 : 지리구구 거제팀과 일부
1일차 : 19:50분경 인월 도착 저녁 후 일잔 치침
2일차 : 08:00 인월 국밥집 조우 조식후 교육원 이동 산행
3일차 : 아침 후 느긋하게 하산준비 후 하산
목요일 저녁 시골이 일이 있어 내려가 있으니 객꾼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주말에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고...
원래 계획은 반쪽과 둘이서 비박 산행을 하려고 어떤 산행계획도 잡아 놓지 않았다.
그리하야 광주로 올라와 반쪽에게 물으니 날씨도 춥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비박은 무리란다.
그래 금요일 저녁 인월로 출발하여 인월에서 객꾼 만나 삼겹살에 소주한잔 걸치고 잠을 청한다.
만나면 으례 그렇듯이 아마도 두시경 잠이 들었지 싶으다.
2일차
아침 8시에 거제팀 사람들과 조우한다기에 약속장소로 이동하여 간단하게 인사하고 국밥에 막걸리 한잔 소주한잔씩 걸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모임 산행에는 처음이라 조금 서먹했지만 이내 친해지는 것이 산꾼들이다.
차 3대에 나누어 타고 전북학생교육원으로 이동한다.
가는 길은 전날 내린 눈으로 온통 눈구덩이다.
조심스럽게 교육원에 주차하고 각자 박집을 메고 산속으로 숨어든다.
서울에서 온 등산객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세걸산을 거쳐 바래봉으로 가는 산행의 오름길을 올라서는데 왠지 부럽다.
오랜만에 박짐을 져 보니 그 무게가 내 어깨와 온 몸에 전해지는 것이 왠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나무테크를 많이 만들어 놓았다.
멋진 송림들 사이로 전국에 내려진 한파 주의보답게 그 추위는 장난아니나 조금 오르니 입었던 옷가지를 하나하나 벗기 시작한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연신 떨어지는데 머리카락에는 고드름이 얼었다.
우린 이곳까지 약 30분 치고 올라 세걸산 오름길을 보내고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 걸어간다.
각자 어떤 마음으로 저 무거운 배낭을 지고 길을 나서서 가는지 궁금하다.
임도를 따라 가는 길은 눈이 발목까지 푹푹 빠져드나 산길의 아름다움은 너무도 황홀경이다.
이 모습을 보고 싶어 이렇게 오르는 것은 아닌지.
아님 삶의 무게가 저 짊어진 배낭보다 무거워 그 짐을 털어내고자 고행의 길을 택한 것은 아닌지
나는 그져 산천이 좋아 그 모든것을 즐기고 싶어 나서는 길이다.
아마도 일행들도 마찬가지이리라
임도 3/2 지점에서 느긋하게 점심으로 거제에서 공수해온 생선회에다 소주한잔 걸치고
매생이 국묵에 밥 조금 먹으니
산중호걸의 모든것이
내 세상이다.
이 포식자의 마음에 무엇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으랴.
그렇게 느긋하게 쉬고 잠시뒤 부운치 치고 오르는 임도에서 의견을 수렴한다.
바래봉 아래 비박팀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과 바람이 드셀것이라는 것 그리고 아마도 한파주의보에 국공들이 지킬것이라는 것에 동의하여 이곳에서 각자의 텐트를 치기로 합의하여
텐트를 치고 나니 오후 2시30분정도 되었다.
이때부터 베이스 캠프안에서는 삼겹살에 과메기에 소주가 일순 돌아간다.
산중에서 서로가 잘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처음보는 사람들과 친할 수 있다는 것은 오늘 이곳에 모인 목적만은 같은 것이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각자 멋진 집을 한채씩 잘도 짓는다.
세상에 제일 아름다운 집
언제 어디서나 부수고 지을 수 있는 집
그렇게 여흥을 즐기고 어둠이 내릴때쯤 하늘에서는 하염없이 눈발이 내리기 시작한다.
베이스캠프안에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모든것이 금방 얼어버린다.
서서히 하나 둘 각자의 텐트속으로 숨어든다.
나도 하염없이 내리는 밤하늘의 눈을 쳐다보며 텐트속으로 들어가 침남속에 내 몸을 녹이며 잠속으로 빠져든다.
얼마나 잤을까?
텐트가 낮게 내려앉는다. 급하게 눈을 털어내고 시간을 보니 12시도 되지 않았다.
그러기를 서너번 밤이 이렇게 긴 날은 지끔까지 얼마나 될까 손으로 셀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아침은 오고야 만다.
한 밤중에 각자 텐트를 점검하느라 서너번씩은 다들 일어났으리라
텐트 주위에 밤새 내린 눈으로 반쯤은 묻혔다.
베이스캠프도 눈을 털어낸다고 내었지만 눈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밤새 얼어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상쾌한 아침의 멋진 모습을 렌즈에 담는다.
어제먹다 남은 삼겹살에 해장술을 한순배 돌리고 떡국을 끊여 아침을 해결하고 느긋하게 비박지를 떠나간다.
어제의 그 멋지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과 오늘 아침의 이 멋진 풍경들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사랑을 심어놓고 나의 심신을 달래주리라 생각한다.
동 무
우리 삶에 반려자가 있듯이
산에서는
저 나무들과 하얀 눈이 동무가 되고
낙엽과 땅이 동무가 되고
동물들과 야생 열매들이 동무가 되듯이
우린
하룻밤의 멋진 동무가 되어
잊을 수 없는 밤을 지새웠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의 통로가 생기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서로를 반겨주듯이
동무란 항상
같은 방향으로 평행선을 그어며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동행이 아닐까?
2016.01.24
대 방 산
그렇게 아름다운 밤의 여정을 보내고 원점으로 하산하여 인월에 집결하여 어탕으로 얼은 몸 녹여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발길을 돌리며
기약할 수 없는 다음을 이야기하며 서로 악수하고 아쉬움 가득 안고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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