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5 - 01 - 25
장 소 : 전남 순천시 조계산 일원
날 씨 : 흐리고 비
누 구 랑 : 나 홀 로
코 스 : 송광사 주차장 - 불일암 - 송광사 - 토다리삼거리 - 연산봉삼거리 - 접치재삼거리 - 장군봉 - 작은굴목재 -
보리밥집 - 천자암 - 송광사 - 주차장(17.9KM) 5시간33분
토요일을 집에서 그냥 보내다 오랜만에 뒷산을 산책하니 그 기분 또한 좋다.
그렇게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갑자기 불알암의 그 아늑함이 그리워지고, 또 천자암의 쌍향수가 보고싶다.
일요일 아침 어느새 차는 고속도로에서 송광사를 향하여 달리고 있다. 날씨는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 잔뜩 흐려 꼭 내가 인상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송광사주차장에 도착하여 준비하고 출발하니 그래도 겨울바람답게 그 매서움은 남아있는 것 같다.
맑은 마음으로 들어오라는 것인가.
혼자서 천천히 걸어가는 그 길옆 개울에는 벌써 봄이온 것 처럼 아래로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맑고 청아하게 들리며
혼자서 천천히 불일암을 찾아가는 그 길은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왠지 낮설다.
그냥 예전의 그 ㅂ 자 그 오솔길로 남아 있었으면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 생각해본다.
어느새 대숲이 나온다. 불일암을 어떻게 이렇게 한적하고 아담한 곳에 지을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 대나무받과 순우대가 잘 어울리는 하나의 그림으로 꼭 한 셑트같다.
불 일 암
속세의 무거운 마음은
이 대숲을 지나면서
대숲 울음소리에 묻어두고
불일암 싸립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 무엇도 생각말고
오직 하나
무상으로 세상을 보라한다.
양지바른 햇살 아래
나무의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발가벗은 나뭇가지와
텅 빈 허공을 가르는 바람
짙은 구름속에 맴도는 나의 마음
모든것이 그냥 이대로이고 싶다.
허이허이 날아라
내 모든 생각들아
허이허이 날아라
내 모든 삶이여
허이허이 날려보내면
또다른 내가 채워질진데
무엇을 두려워하리요
묵언수행중인 불일암은
인적은 고요하나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다.
곱디고운 파아란 색으로
2015. 01. 25
대 방 산
불일암에서 송광사 내려오는 그 오롯한 산길에 혼자서 혼자만의 그 무엇을 즐긴다는 것은 고용함이요 사색이요
내 마음을 채울 수 있는 행복일것이다.
그 길에서 불심가득한 신도들과 스님의 대화속에 무엇을 채울지 모르지만 열심히 귀동냥을 하며 걷고있다.
송광사를 지나 토다리 삼거리에서 연산봉삼거리로 하여 장군봉까지 가는 길을 택한다.
예전의 그 길에서 지금은 많이 정비하여 오르기가 한결수월하게 만들어 놓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계곡을 치고 오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 계곡속에도 꽁꽁 얼었든 자연의 섭리앞에 끝내 봄은 오고야 만다는 자연의 또다른 섭리처럼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와
계곡속을 타고 오르는 세찬 바람결에 윙윙거리며 울어주는 자연이 그렇게 차갑지많은 않다.
긴 한숨을 토해내며 나의 길을 혼자서 뚜벅뚜벅 오른다.
연산삼거리에서니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접치재쪽에서 연산봉을 향하고 있다.
역시 등산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친구들과 격의없이 오는 것도 좋아보인다.
그래도 가끔은 난 혼자서 이런 산길을 걸어가는 것도 나에게는 필요하다고 느낀다.
금방이라도 눈 아니면 비를 뿌릴 것 같은 날씨에 나도 내심 마음이 바빠진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곳 능선길은 이때쯤이면 질퍽거리는 것이 너무도 싫은 곳이었는데 오늘은 예전만큼은 아니다.
정상부라 그런지 아직 다 녹지 않아 그래도 다행인 산길이다.
그 길끝에서 겨우내 떨어진 굴참나무의 낙엽들이 서로 비비며 내는 소리와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와 내 거친 숨소리가 어우러지면 또다른 하나의 소리를 만들고 있다.
접치재정상에 서니 접치재에서 오르는 등산객들은 그곳이 응달이라 많이 미끄럽다고 한다, 이제 장군봉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장군봉 가는 길도 나무테크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고 예전보다는 많이 정비되어 있어 한결수월하다.
장군봉에 서니 시끌벅적하다. 산 정상 어디를 가나 인증샷을 남기려는 산객들의 정상정복의 희열과 삼삼오오 한마디씩 지르는 고함소리가 지금 이순간 이곳에 서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곳을 서둘러 흘러내린다.
보리밥집에서
보리밥 한그릇과 막걸리 한잔을 파냐고 물어보니 에이 어디 막걸리 한잔 값을 받겠냐고 도리어 나에게 핀잔이다.
이곳 보리밥집도 예전의 그 푸짐했던 보리밥은 어디가고 점차 외소해져가는지 하지만 그 정과 인심은 남아있다.
다음에는 막걸리 한양푼 팔아주어야겠다.
그렇게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내가 가야할 길을 재촉하여 나선다.
천자암 가는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다.
혼자서 천천히 그 길을 걷고 있자니
우리가 엄마뱃속에서 양수가 터져 세상을 향하여 첫울음을 터트리며 나왔을때부터 계속 자신을 채우며 살아온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린 시절에는 내 육체의 성장으로 몸을 채웠다면, 사춘기에는 내 정신을 채우고 성인이 되어 한 가정을 꾸리고서는
우리가족의 안위와 내 욕심을 채우고 그렇게 지금 여기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이젠 그 채움보다는 내가 비워가야하는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큰 욕심보다는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오늘을 즐길줄 알고 치장하지 않아도 원숙미가 넘치는
나이 그 나이에 맞는 삶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진섭의 노랫말처럼 청바지를 입어도 좋은여자 많이 먹어도 좋은여자 그렇 여자가 좋더라는 가사처럼
우린 우리의 나이에 맞는 옷을 입을 때가 제일 좋은 모습이아닐까 생각한다.
천자암 썅향수(곱향나무)
천년기념물 제 88호
천자암 뒤쪽에 있는 나무로 두 그루가 인접하여 엿가락처럼 꼬인 모양이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가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고 한다.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나무의 모습이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을 하고 있는 듯하여
예의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모습이라고 한다.
한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밀거나 한결같이 움직이며,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오늘 산길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자연이 주는 공간속의 간결함이다.
딱 있을만큼만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고 여유있는 삶이다.
우린 너무 많이 먹으면 영양과다로 온갖 병이 내 몸을 엄습한다.
하지만 적당하게 먹으면 내 몸은 최정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오늘을 살 수 있다.
혼자서의 산행이 주는 것은 고독과 내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고요함이다.
오늘 시간이 많은 산행의 힘이되리라 믿으며 산행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