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3 - 08 - 09,10,11
장 소 : 전남 보성군 일원
누 구 랑 : 반쪽
더위가 기성을 부리는 8월의 뜨거운 태양은 온 세상을 집어 삼킬듯 연일 최고 수은주를 갈아치우고 있다.
모처럼 반쪽과 비박산행을 계획했다기보다 그냥 무작정 떠나자고 작심을 하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용추폭포가 있는 보성 일림산을 찾아들기로 하고 금요일 오후 출발을 한다.
둘만의여행이 재미가 있는 것이 따로 크게 준비할 것이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의 먹을거리를 가지고 떠나면 된다는 것이다.
용추폭포 입구에서 18:00 산속으로 천천히 숨어든다.
입구는 편백숲이라 시원하고 아늑하게 천천히 걸어 오르는데도 땀은 비오듯 온몸을 적시며 뚝뚝 떨어지고 있다.
급할것이 없으니 천천히 가다쉬다를 반복하며 오르는 길이 고만고만한 오솔길이라 참 좋다는 느낌이다.
산림 임도를 지나 8부 능선쯤 절터가 나온다. 절터에 흐르는 샘물이 너무도 시원하고 맛나다. 그곳에서 시원하게 얼굴한번 적시고 다시 올라 일림산 정상부 아래 포토장소인 나무테크에서 비박을 할까하다가 정상을 향하여 오른다.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탁터인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어둠이 내려앉을 준비를 하는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나의 호강시키고 있다.
더어두워지기 전에 텐트를 치고 둘만의 만찬에딱 맞는 식탁이 있으니 저녁 노을속의 일림산 정상에서 시원한 막걸리와 삼겹살을 구우면서 즐기는 이 시간이 너무도 좋다.
모든것은 지나간다고 했던가 그 무덥든 8월의 오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시원하게 산정을 타고 넘는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 정말 입추가 지났으니 가을인가 보다 생각한다. 그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풀섶의 잎들도 이제 색이 가을로 넘어가는 색으로 변해가는 것이 계절의 변화가 우리가 쉽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이미 와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놀란다.
그렇게 저녁을 즐기고 텐트에 누워 바라보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이 나의 이불이 되고 일림산의 더넓은 정원이 나의 잠자리가 되어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눈을뜨니 바다넘으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의 일출이 바다 해무에 가려 쉬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붉은 여명의 띠로 일출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다. 카메라로 이리저리 해무를 찍느라 여념이 없다.
아침을 해결하고 천천히 짐들을 챙겨 하산하다 나무테크에서 한참을 누워 초입가을산을 즐기다 선녀샘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하산길 계곡에서 알탕으로 어제의 피로를 풀고 내려선다.
이것으로 일림산의 하룻밤이 지나갔다.
아는 후배 식구들을 만나 보성으로 나가 간단하게 필요한 것을 준비하여 득량면에 있는 오봉산 칼바위로 숨어들기 위하여 용추계곡을 찾아들지만 이곳은 물이없다.
짐들을 정리하여 칼바위를 향하여 오르는데 배낭의 무게가 장난 아니다. 턱턱 막히는 숨을 고르며 올라가는 그 길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쉬어가기를 몇번 더디어 칼바위 입구에 다다르니 자그만 동굴에서 쉼없이 나오는 냉기가 내 온몸을 훓고 지나가니 이보다 더 황홀한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
칼바위 속에서 뚝딱 집 두채 지어놓고 동굴로 다시 내려가 막걸리 한잔에 온몸의 열기를 식힌다.
칼바위에 오붓하게 둘러앉아 삽결살에 소주한잔 걸치고 동굴속의 잠을 청한다.
우리 삶이 활력을 갖고 살아가는 건 항상 우리 주위에 서로를 사랑하고 보듬어 주는 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짧은 2박의 야영 생활을 마무리 한다.
용추폭포 입구
절터의 약수
정말 시원하고 맛났습니다
제암산
해무의 아침
해무의 바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겨납니다
엷은 박무로 아침을 멋지게 열어줍니다
해무 위에 떠오른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