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4 - 05 - 17
장 소 : 전북 임실 성수면 성수산 일원
날 씨 : 여름같은 봄날 화창함
누 구 랑 ; 반쪽과 대방산
코 스 ; 휴양림관리사무소 - 묵은임도 - 임도삼거리 - 암봉 - 헬기장 - 성수산 - 삼거리 - 905봉 - 팔공산 삼거리 - 구름재 - 임도 - 관리사무실 (약11km)
오랜만에 각시와 둘이서 일박2일로 산행계획을 잡았다.
실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계획을 잡으니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번에도 산에서 비박모드로 잡았다가 조금은 꺼려하는 것 같아 그냥 비박짐은 제쳐두고 장소도 변경하여 천천히 출발한다.
차는 동광주나들목을 나가 88고속도로를 달려 남원나들목을 나가 남원 전주가 국도를 따라 달리다 오수 대정저수지의 아름다운 봄 풍경을 보고싶어 잠시 들러 저수지를 한바퀴 돌고 성수산을 향한다.
오수면을 지나 전주쪽으로 4차선 국도를 달리다 진안으로 들어가는 30번 국도를 따라 가다 성수산 자연휴양림팻말을 보고 우측으로 들어가니 휴양림까지 가는 도로가 공사중이라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것이 꼭 어릴적 비포장 도로를 간간히 달리는 차량마냥 덜컹거리며 들어간다.
아직 한가해서 그런지 입장료는 없다. 관리 사무실 위쪽에 가니 산행 안내도가 있으나 임도를 많이 걷는 거리라 우린 다시 관리사무실쪽으로 내려와 준비하여 산길 임도이나 묵은길로 접어들어 이리저리 헤메이다 희미한 길 흔적이 있더 다라 오르니 임도 삼거리가 나온다.
은대난초
여기 임도 삼거리까지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왔지만
여기서부터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까지도 산행 표시기도 없는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있는 능선길을 따라 둘이서 그렇게 천천히 산길을 걷는다.
이 희미한 흔적은 아마도 진안 팔공산에서 시작하는 성수지맥이 무량산까지 이어지는 일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디어 표시기 하나를 만납니다
이곳부터는 국토지리원의 표시기도 있고 제법 낮익은 표시기들이 붙어있는 것이 길을 잘못 찾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으로 계곡속을 불어 올리는 봄바람에 흐르는 땀방울을 식히며 그렇게 울창한 숲속을 갑니다.
무엇보다 등로가 뚜렷하여 산길가기가 좋습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신록이 짙어져가는 5월의 산길이 너무나 좋은 시간입니다
성수산 직전 암봉을 기어어릅니다.
더디어 조망이 터이는 암봉에 올라서니 힘들게 걸어왔던 시간들을 한번에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진초록의 산야들이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모르는 남녀가 만나 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힘은 자식들의 안위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사랑, 연민 애틋함 미안함 의무 뭐 그런 모든것이 함축되어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산야가 계절별로 멋진 옷을 갈아입듯이
우리도 오늘을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지도 모릅니다
성수산 정상과 하늘
저 멀리 송신탑이 보이는 곳이 진안 팔공산입니다.
켜켜이 쌓여만 가는 저 산야들이 골짜기들이 말하듯 우리도 우리들의 삶을 차곡차곡 추억이란 이름으로 생각의 저장고 안에 쌓으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럿이 가는 산행도 재미가 있지만 이렇게 오붓하게 둘이서 아무 방해도 받지않고 시간 구애도 받지 않은 산행도 그런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남들은 둘이서 가면 이런저런 이야기로 재미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그런 재주는 별로 없나 봅니다.
각시가 항상 하는말이 벙어리하고 산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뭐 굳이 말로서 해야하나요 그렇게 걸어면서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읽어주고 말없이 걸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ㅎㅎ
우측으로 진안 마이산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성수산의 골들이 꽤나 웅장합니다
어디를 가르키나요
자동 셀카놀이도 한번
정상입니다
제일 많이 올라오는 등산로입니다
이곳이 905고지지 싶은데 아무런 표시기가 없어 조금은 서운합니다.
이곳에서 팔공산가는 길과 헤어집니다.
팔공산에서 시작하여 무량산 아래 섬진강에 이르는 성수지맥의 일부분이기도 한 곳입니다.
5월 햇살 치곤 너무나 따가운 하루입니다
이곳에서부터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입니다.
이곳에 멋진 정자가 있는데 차로 올라온다면 하룻밤 유해도 멋질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내려가서 보니 이곳 오르는 임도길은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 아무나 오르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민들레 홀씨되어 어디로 날아갈거나
이렇게 둘이서의 오붓한 산행의 하루 일과가 끝나는가 봅니다.
원점으로 회귀하여 잠시 겨울에 밤담그고 피로를 풀고 이곳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잤으면 하고 생각해 보지만 텐트는 있으나, 침낭이랑 다른 기타 도구들이 없어 아쉬움을 달래며 성수산 휴양림을 빠져나오며 성수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부부란 닮아간다 했던가
하지만 닮지 않는것도 있는가 보다 그져 같은 곳을 보면서 때론 지루하고 때론 행복한 장기 레이스를 펼치며 오늘도 평행으로 조용히 걸어가는 것이 부부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