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 07 - 23
장 소 : 무등산 누에봉 일원
누 구 랑 : 나 홀 로
코 스 : 산장 - 옛길2구간 - 군용임도 - 누에봉 - 꼬막재 - 산장 (약3시간)
서울을 갔다 오면서 왠지 이유도 모른채 다리가 아파 병원을 갔더니 무릎에 염증이 생겼을수 있다고 주사을 맞고 약 3일치를 지었다. 그러면서 의사 왈 주말에는 가급적 주와 고기 산행을 하지 말라 하신다.
이날 오후가 되니 이상하리 만치 다리가 괜찮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주말은 무엇을 할까 고민도 된다. 딱히 할일이 없이 빈둥빈둥 방콕을 할것만 같기때문이다.
토요일 일어나 보니 언제 그랬냐 싶게 무릎이 멀쩡하다. 그래서 오전은 집에서 빈둥대다 실험삼아 무등산의 누에봉을 갑자기 보고 싶어져 서둘러 집을 나선다. 그래도 누에봉 정상에서 먹을 시원한 캔은 두어개 준비하여 ㅎㅎㅎ
산장 입구에 도착하여 출발에 즈음하여 사진을 찍는데 아뿔사 사진기에 메모리카드가 없다. 이런 낭패 사진을 옮기면서 메모리카들를 다시 끼워놓지 않았다.
오늘은 어쩔수 없이 사진이 없는 그냥 내 마음속의 멋진 길을 꿈꾸면서 걸어보는수 밖에 없는 것 같다.
2구간의 출발은 한창 더운 13:23분 숲속으로 들어가니 그래도 바람은 없지만 그 시원함은 느껴지는 것 같다. 시간상 한가한 때라 그런지 조용한 산길에 쉴새없이 울어대는 매미 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귐과 짙은 솔향만이 내 후각을 자극하며 걸어가는 길이다.
카메라가 있다가 없으니 그것도 허전하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그냥 무심으로 걸어가는 길에 왠 내려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지, 올라가는 사람은 없고 간간히 내려오는 사람들뿐이다. 무등산 관리공원에서도 시민들과의 약속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들었으면 그것이 지속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많은 관리와 지도가 더욱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며, 그 무언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우리들 자신이 이 무등산의 고요함과 깊은 산의 의미를 맛보는 혜택을 누릴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약속이란 모두가 지키려고 노력할때 사회라는 큰 구성원의 테두리는 무리없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문화의 전당을 만들면 뭐하고 허울좋은 이름만 있는 것 보다는 무등산을 국립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때 광주 시민들 스스로가 무언의 약속을 지킬수 있는 역량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늘이 열린다는 중봉 입구에 다다르니 동자꽃이 한창이다. 그 동그란 동자꽃의 아름다움도 뒤로하고 중봉 갈림길에서 서석대로 향하지 않고 군용도로를 따라 뚜벅뚜벅 발길을 옮긴다.
등산로가 마음의 길이라면 아마도 이 군용도로는 생명의 길이라고 해야하나 뭐 산중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우리 자식들의 보급로이니 말이다.
그 길을 한참을 휘적휘적 돌고돌아 올라가니 장마뒤 도로정비가 한창이다. 어느새 누에봉 능선에 선다.
안개가 자욱한 누에봉에는 능선에 부는 바람결에 이름모를 풀들과 억새들의 춤사위가 등실등실 한창이며 간간히 수선화도 그 여린 잎을 떨구고 춤사위를 즐기는 것 같다.
이 사진은
예전 산행기에서 옮겨 온 것임
동자꽃
누에봉(1,072)
누에봉과 천왕봉의 멋스러움
누에봉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결에 흘린 땀방울 식히며 마시는 맥주 캔의 맛 정말 시원하다.
누에봉(1,072미터)에서 바라보는 천왕봉도 중봉도 흐릿하게 다가서고 어느새 여름의 문턱은 저만치 흘러갔고 가을이 우리들 곁을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누에봉에서 꼬막재로 급하게 흘러내리는 길을 내려서니 누군가 앞이 보이지 않던 순우대 길을 말끔하게 정리하여 이제는 제법 다니기 좋은 길이 되어있다.
꼬막재 샘터에서 먹는 물맛은 아마도 무등산의 그 어느 물맛보다도 시원하고 달콤하며 맛난것 같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내 혼자만의 숲속여행과 여름날 안개가 자욱한 무등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가 아닌 내 마음속에 담아 천천히 돌려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산장에 내려서니 세상은 복잡해지고 시끄러워진다.
한 여름에 혼자만의 호젓한 산길에 내마음하나 내려놓고 산이주는 정 하나 내 마음속에 담아 돌아서는 발길이 가벼운 것은 오늘의 산행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2011 - 07 - 23
대 방 산